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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아 몰락과 핀란드 경제. 어디까지가 진실인가?
노키아의 몰락과 핀란드의 위기를 엮은 떡밥기사가 나온지도 벌써 4년이 넘게 흘렀다. 여전히 전자신문 등에서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핀란드가 엄청난 위기에 빠진 것 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혹은 노키아가 망하면서 핀란드 경제에 엄청나게 새로운 기회가 온 것 처럼 떠들기도 한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핀란드 경제와 노키아의 몰락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에 공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노키아와 핀란드 이야기는 우리나라에서 삼성과 한국 등으로 변형되어 괴이한 소문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가 회생불가능하다는 괴소문이 정말일까? 혹은 그 이면에서 만들어지는, 노키아의 몰락 이후 오히려 벤처가 경제를 이끈다는 말이 사실일까? 노키아의 몰락(이라기엔 요즘 주가가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이라는 극단적인 단어를 핀란드와 연결하여 어떻게든 크게 해석하려는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생각에 노키아와 핀란드의 경제를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블로그 글을 시작한다. IT 컨설팅 업계를 떠난 뒤 처음으로 작성하는 글이라 부족한 점이 많더라도 양해바란다.
1. 노키아가 핀란드 GDP의 25%? 2%? 도대체 누가 진실?
우선 노키아가 핀란드 GDP에서 차지하고 있는 퍼센테이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보자. 중앙일보에서 2013년 10월 23일자에 실린 기사 '핀란드, 노키아 빈자리에 '새 살''이라는 기사를 보면 핀란드 GDP 에서 노키아가 차지하는 부분은 25%에 달한다. R&D투자와 법인세 투자 담당퍼센테이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반면 지금은 ETLA에서 사라졌지만 내가 한참 IT컨설턴트로 일할 때 올려뒀던 구글플러스 글도 함께 참고해보면, 2008년 노키아가 핀란드 GDP에서 차지한 비율은 2.6%이다. 2009년에 1.6%. 위키피디아의 Nokia 부분에서도 같은 출처에서 나온 글을 찾을 수 있다. 노키아가 가장 잘나가던 2006년에도 GDP의 3.5% 수준이었다는 글도 있다. 핀란드 중앙은행에서 발표한 자료를 살펴봐도 노키아가 핀란드 GDP에서 차지한 비중은 4% 수준이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원리는 간단하다.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산정하였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예를들어 노키아가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여 만든 휴대폰을 미국에 팔아도 매출액은 노키아의 것이다. 핀란드에 노키아가 미치는 영향을 확대해서 해석하기 위해 노키아의 노키아의 전체 매출액과 핀란드의 GDP를 단순히 비교하는 오류를(혹은 고의로 작성을) 범한 것이다.
2-1. 정말로 핀란드는 위기인가? -GDP, 경제성장률
이번에는 핀란드의 경제부터 살펴보자. 연도별 GDP 현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데이터는 World Bank에서 가져왔다.
여기서 금융위기가 왔던 2008년-2009년 (실제로는 2009년 데이터)를 제외하면 핀란드의 GDP는 연년보다 크게 줄어든 수준이 아니다. 오히려 노키아가 하락세라고 여겨졌던 2010-2011년 GDP는 금융위기에서 회복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게다가 EU의 경제상황이 나쁘다는 것을 감안하면 핀란드의 경제가 정말 노키아에 크게 타격을 입은건지 약간 갸우뚱해졌다.
GDP만으로는 정확히 감이 안와서 이번에는 경제성장률 추이를 함께 살펴보기로 하였다. 참고로 노키아는 2010년부터 매출이 급격하게 추락하였고 2013년 8월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되었다. 2009년은 모두가 아는 금융위기로 인한 위기임을 감안하고 경제성장률 추이를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다음은 유로존 주요국가 경제성장률의 쿼터별 자료이다. 노키아가 가장 빛나던 2006년 핀란드의 경제성장률은 확연히 유로존의 다른 국가보다 높았지만 금융위기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2009년 1분기 경제성장률은 다른 유로존이 평균 -4% 성장한 것과 비교하여도 훨씬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 후 2010년 2분기와 4분기 반짝 회복세를 보였으나 8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인 것으로 보아 현 상황이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로존의 재정위기 등을 감안하여 주요국가와 데이터를 비교하더라도 핀란드의 상황이 그다지 더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제성장률 지표를 설명하는데는 직접 내가 작성하기 보다는 국제금융 이슈 주간브리프에 실렸던 설명을 그대로 부연하여 첨부하고자 한다. 대충 요약해보면 IT 산업이 GDP에서 대략 10%를 차지하였는데, 노키아의 몰락으로 영향을 받고 있으며 내부적인 구조요인, 그리고 주요 교역 및 투자국인 러시아 경제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이것으로 2011년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이던 GDP가 2012년 다시 주춤한 이유를 어느정도 엿볼 수 있다.
2-2. 정말로 핀란드는 위기인가? - 무역수지
실제로 핀란드의 수출입 수지를 찾아보았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때문에 수출입이 급감하였고 이후 2010년부터 회복하였다가 2012-2013년 다시 위기인 것으로 보인다. 이 중 노키아의 영향과 위에서 언급한 러시아의 영향이 어느정도인지 살펴보기 위해서 이번에는 핀란드의 무역수지 총괄표와 주요수출 품목, 주요 수출국 데이터 등을 살펴보았다.
먼저 수출액이 2008년 대비 줄어든 이유를 품목별로 살펴보자. 정확성을 위하여 2007년부터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확실히 노키아와 수출품 사이에 관계가 보였다. 2007년-2008년까지 수출품목 1위였던 Telecommunnication and sound recording equipment 부문이 2009년 경제위기를 감안하더라도 훨씬 급격하게 감소했음이 명확히 보였다. 이 분야는 아마 노키아의 몰락에 명백히 영향을 받은 수출분야로 보여진다.
그런데 더 눈여겨 봐야 할 분야가 있다. Paper이다. 2007년 8,397백만 유로 수준이던 종이 관련 수출이 2012년에는 4,050 백만 유로로 2007년 대비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이 수출이 급감한 시기가 노키아의 매각 시기와 맞물리고 있다. 아하!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의 경제에 주효하게 영향을 미쳤지만 과장된 부분이 있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다.
아래는 핀란드 중앙은행에서 2013년 발표한 자국의 경제 현황 브리핑 자료에 실렸던 그래프이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로 수출이 급감했고 2010년에는 기존에 수출의 10%를 담당하던 Telephone 등의 분야 비율이 4%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래프를 보더라도 좀 갸우뚱하다. IT업계의 수출이 절반으로 떨어진 것은 통탄할 일이지만 실제로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의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이 너무 과장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Other goods 의 부분이 훨~씬 많다.
위의 자료와 같은 출처의 자료로 IT 관련 산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대한 데이터도 있다. 노키아가 성장하던 1995-2000년까지 IT가 GDP에서 미치는 비중이 급격히 성장했다. 5.5%까지도 성장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5.5%나? 라는 생각이 드는가? 솔직히 나는 그 반대다. 겨우 5.5%? 울루를 비롯한 산업클러스터에서 Electronics를 담당하는 영역이 엄청 넓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핀란드 전체에서 보면 보잘 것 없는 것이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국방비가 GDP의 2.6% 수준임을 감안하면 5.5%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다만 25%니 40%니 하는 과대 기사를 너무 많이봐서 조금은 맥빠진 느낌이 들었다고 해야하나..? 이 문단 위에 링크한 더보기에서 볼 수 있지만, 핀란드는 현재 수출입 품목의 변화를 겪고 있는 시기로 보인다. 아마도 노키아가 없던 시절의 구조에서 EU 통합으로 변화된 형태 정도로 수정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부분은 확실히 노키아가 핀란드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이다.
3. 러시아가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은??
이번에는 투자리포트에서 언급했던 러시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핀란드의 경제위기가 노키아 뿐 아니라 러시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그 부분을 우리는 함께 살펴볼 예정이다. 아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핀란드의 대러투자액은 2003년 이래로 꾸준히 증가하였으며 경제위기 때를 제외하면 크게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러시아의 경제에 타격이 생기면 핀란드 경제에도 타격이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러시아는 과거부터 쭉 핀란드의 Top 3 무역 국가였다.
문제는 이런 러시아의 경제 성장이 주춤했던 시기가 묘하게도 노키아 추락했을 때와 맞물린다. 노키아가 가장 매출액이 좋았던 2006년 러시아의 성장률도 8.2%였지만 2010년에는 4% 수준까지 급속히 하락하였다.
게다가 대부분의 지표가 2009년 이후 주춤하고 있는데, 그래프의 모양이 핀란드의 GDP 변화 모양과 상당히 닮았다는 점에 유의해서 봐주기를 바란다. 러시아는 핀란드에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이 있음을 이미 수출입 그래프에서 보았는데, 이 그래프와 핀란드의 GDP 그래프를 비교해봄으로서 어느정도 상관관계를 유추할 수 있다. 자료는 Rosstat 자료를 BOF (Bank of Finland)가 재구성한 것이다.
4. 그렇다면 실업률은?
핀란드의 실업률을 보기에 앞서, 실업률을 다각도로 봐야한다는 점을 미리 이야기하고 싶다. 단순히 실업률만 본다면 노키아가 핀란드 경제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볼 수 없다. 오히려 20-30대의 실업률에서 노키아의 영향이 크게나타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체실업률과 함께 연령별 실업률을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우선 아래 자료는 핀란드의 실업률을 다른 북유럽 국가 및 EU와 비교한 그래프이다. 그래프를 살펴보면 전체 실업자 비율은 스웨덴과 비교하여 노키아 사건 전후로 크게 엇나가거나 더 높은 수준의 실업률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다만 variation이 더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덴카크의 실업률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수치에 대한 해석은 아래에서 어느정도 볼 수 있다. BOF의 자료를 해석해둔 것으로 주핀란드대사관의 의견을 인용한 것이다.
결론 1.
더 이상의 핀란드 경제는 그만보자. 노키아와 핀란드의 관계는 이정도면 충분히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알 수 있다. 노키아의 몰락으로 핀란드 경제가 몰락했다는 효과는 과장된 부분이 많다. 핀란드 경제가 노키아의 매각 전후로 나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대러 수출의 급감. Paper를 비롯한 주요 수출입품의 수출 둔화, 주변국의 여건 등이 미친 영향을 감안해서 봐야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노키아가 핀란드에서 차지하고 있던 경제 퍼센테이지도 가장 노키아가 매출액이 높던 해에도 3.6% 수준이었다. 다만 노키아가 주변 벤처 기업들과 기술 협력등을 많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부분에 대한 효과는 여기서 살펴볼 수가 없다. 이건 핀란드의 벤처에 관한 글에서 다시 한 번 다루면 좋을 것 같다.
우선 블로그의 특성상 이보다 더 긴 글은 가독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여 여기까지 1단락한다. 이번에는 노키아의 매각이 다른 벤처 생태계에 미친 영향에 대한 글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이부분까지 정리하고 나면 핀란드 경제에서 IT가 회복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어느정도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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