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고서야 알게된 부모의 마음
경제학하는 아내/여자의 일기장



부모가 되고서야 알게된 부모의 마음




사실 육아일기에 대해서 쓸게 훨~~~씬 많은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그 속에서도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이 육아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은 김아들 이야기 대신 내가 요즘 생각한 부모의 마음? 에 대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나중에 철이 더 들었을때는 이 나이가 되서야 부모님의 마음을 생각해봤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는 것을 글로 남기는 것은 늘 중요하니까.. 

내가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계기는 최근 몇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시발점이 된 것은 얼마 전까지 나의 산후조리를 도와주던 도우미 이모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이다.

어떤 집에 치매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아들이 있었데. 어느 날 아버지가 창밖의 새를 보시며 물었어. 

- 아들아, 저 새 이름이 뭐냐
- 아버지, 까치에요

그러고는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아버지는 물으셨어

- 아들아, 저 새 이름이 뭐냐
- 아버지, 까치라니까요?

그런데 아버지는 몇 분 후에 또 아들에게 똑같이 물었어.

- 아들아, 저 새 이름이 뭐냐?
- 아..까치라고 했잖아요!!!

결국 아들은 화를 냈지. 

그런데 그 아들이 4살일 때, 아버지는 그 아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어. 

- 아빠, 저 새 이름이 뭐야??
- 아들아, 까치란다.

그 때, 아버지는 아들이 27번을 똑같은 질문을 했지만 단 한번도 화를 내지않고 그 때마다 다정하게 아들에게 그 새가 까치라고 이야기해주었지. 

이 이야기를 듣는데 머리를 한 대 방망이로 딩~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늘 나는 자식의 입장이었기때문에 사실 부모가 된다는게 어떤 것인지도 잘 몰랐고, 부모가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보는지도 잘 몰랐고, 자식이 부모에게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을 때 그것이 어떻게 받아들여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어렴풋이 알고 있거나 혹은 머리로만 알고 있을 뿐 가슴으로 공감하거나 진심으로 동감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듣는데 정말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제 겨우 60일 남짓한 아들을 키우는 입장이지만, 아직은 갓난쟁이라서일까.. 아들이 엄마 부르는 울음 소리는 정말 한밤중에도 바로 알아듣고 대답해주는가 하면, 혹시나 애가 배고프거나 졸린 신호를 놓칠까봐 피곤한 나날 가운데도 단 하루, 단 한시간도 빼놓지 않고 육아일기와 수면일지, 수유일지를 쓰는 노력을 들인다. 그리고 더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서, 더 나은 육아를 하기 위해서, 틈틈히 시간이 날 때마다 독서하고 공부한다. 나와 아들의 좋은 관계를 위해서 노력하고 공부한다고 할까?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 24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짜증이 난다기 보다는 그냥 그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아마 아이가 큰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겠지. 어떤 형태로 변화할 수는 있겠지만 말이다.  

아들이 하는건 우는 것도 이쁘고 찡얼거려도 이쁘고, 팔이 빠질 것 처럼 아파도 김아들을 안아주는건 할 수 있는 괴력이 생긴다. 이게 부모로서의 마음인가보다 싶을때도 있고.. 내가 원래 아이를 좋아하긴 했지만 이정도로 내 아이가 이쁘고 잘해주고 싶을 줄 누가 알았으랴 싶다.

그런데 잠깐...
나도 어렸을 때, 부모님께 이렇게 이쁜 딸이었을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30년을 살면서도 해본적 없는 질문을 부모님께 던졌다. 

'아빠, 난 어렸을 때 어땠어..?'
'엄마, 난 하나 키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넷이나 어떻게 키웠어? 우리 다 사춘기일 때는 진짜 힘들었겠다'
'맞벌이 장사하면서 나랑 동생은 어떻게 데리고 다녔어?'
'엄마 아빠만 찾던 내가 갑자기 다컸다고 혼자서 알아서 한다고 할 때 어떤 기분이었어?'

분명 이런 질문들은 내가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던지지 않았을 질문이다. 

내 부모님은 나를 키우면서 어떤 마음이었을까..?

살면서 이런 궁금증을 한 번도 가져보지 않은 것이 새삼 부끄럽기까지 했다. 사람은 경험하지 않으면 궁금하지 않은 모양이다. 내 질문에 부모님 답변을 이랬다.

"어릴 때, 너 예뻤지. 예뻐서 어딜가도 데려다니고 싶었고 그래서 장사하면서도 매일마다 차에 데리고 다녔어"

"넷 키우는거.. 그래.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은데 그땐 다 하게 되더라. 그땐 그러도고 힘든줄 모르고 그냥 키웠어. 오히려 너희가 중고등학생이어서 부족한건 없을까 늘 생각하면서 키웠지. 그때는 일하면서 넷을 키우는데도 그래그래 살아지고 키워지더라"

"다컸다고 혼자 알아서 한다 했을때.. 그런게 궁금하냐? 철들라나 보네~ 우리 딸이..!"

이런 생각과 이런 대화 속에서 괜시리 난 어떤 자식이었나에 대해서 문득문득 생각한다. 중고등학생 때는 늘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다. 흔히 말하는 중2병은 내가 어린 시절에도 예외없이 있었고 나 뿐만 아니라 내 동생들도 모두 그러려니 겪고 지나간 일이었다. 부모님의 간섭은 받기 싫고 내가 내 일을 알아서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아버지는 막내 동생마저도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라고 이야기한 날.. 진심으로 충격받아서 우셨다..

대학 때는 이런저런 핑계로 고향집에 1년에 많아봐야 두세번 갔었다. 아르바이트에 학교생활에 물론 바쁜건 맞았지만 다 컸다고 일년에 두세번 얼굴비추는 딸이 얼마나 야속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독립하고 결혼하기까지 부모님 얼굴을 본 날 수를 다합쳐봐야 1년은 커녕 반년도 채 안될 것 같다.. 결혼하고서는 뭐 크게 달라졌나? 여전히 어버이날과 명절이 아니면 고향집 내려가기 힘들고.. 임신했을 때는 배불러서 못가고.. 

아이가 태어나고는 바로 추석이어서 친정에 못갔다..근데 이런 와중에도 어머니는 오히려 내걱정을 더 많이 하셨다. 친정에 전화하는 것도 깜빡했었는데 어머니는 오히려 당연한거 아니냐며.. 그 갓난쟁이 데리고 이제 막 집에와서 얼마나 정신없겠냐며.. 잠도 못자고 힘들겠다며.. 모유수유 많이 힘들텐데 힘내라며 오히려 내 편이 되주시고 위로해주셨다.

그와 반대의 일도 있었다.
같은 시기에 아버지는 부모에게 관심이 없어진 것 같아 엄청 서운하다고 내게 말씀하셨다. 자식이 생겼으니 거기에 더 관심이 가고 마음이 가는 것은 이해하지만, 똑같은 비율이 아니더라도.. 자식에게 신경쓰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부모에게도 관심을 줘야하는게 아니냐며 솔직하게 섭섭함을 드러내셨다. 

아.. 어머님께서 부쩍 내 일과에 대해서 걱정하시고 관심을 가지시게 된 것도 바로 최근이다.
산후도우미 기간이 끝나고는 혹여나 며느리가 혼자서 육아하느라 밥을 못챙겨 먹을까봐, 안그래도 피곤한데 집안일까지 혼자하기 힘들까봐, 매일마다 국, 반찬을 요리하셔서 집에 가져다주시고 어제밤에는 잘잤냐며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혹여나 집에만 있어서 답답할까봐 저녁에 잠든 아가 봐주시며 산책 다녀오라고 챙겨주시는 어머님..

이 세가지 일들은 모두 내가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부모님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통해서도 부모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된다.

두달 된 아들이 내게 미소를 한 번 보여주는 것 만으로 밤새 잠 설친 것에 대한 짜증과 피로에 대해 보상받은 기분이 드는데, 그 경험에서도 내가 배운 것이 있다. 내가 자식으로서 부모님의 건강에 대해서.. 부모님의 일상에 대해서.. 부모님이 어떻게 지내시는지에 대해서.. 정말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부모님께는 그게 큰 위안이되고 힘이 되겠구나..라는 것? 아버지께서 서운하셨던 것이 새삼 당연하게 느껴졌고 이해가 되었고, 진심으로 진작에 그러지 못했던 것이 죄송하게 느껴진다.

부모님이 나와 신랑의 일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조언해주시는 것을 이해하는 정도도 예전과는 달라졌다. 결혼하기 전에도 나는 우리 부모님께, 신랑은 시부모님께 귀한 아들일 거라고 막연히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육아를 해보니 우리의 부모님들도 우리를 키우실때도 이렇게 힘드셨겠지만 무한하게 사랑하셨겠지.. 라는 생각이 든달까?.,..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그 전보다도 다 컸다고 생각하는 우리에 대한 부모님의 잔소리 아닌 잔소리가 사랑과 애정이 담긴 이야기라는 것이 새삼 이해되었다.

이런 생각들이 정리가 되니 부모님을 대할 때 이전보다 감사하고 사랑하고 애틋한 마음이 커진 것 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지금까지는 안부전화를 드리는 일, 생신때 생신선물을 사드리는 일, 결혼기념일을 챙기는 일, 내 생일에 부모님께도 감사인사를 하는 일 같은게 마치 해야하는 의무? 예의? 같은 거였다. 하지만 이제는 안부전화를 할 때 '그동안 잘 계셨어요? 건강은 어떠세요?' 라는 이야기가 정말 진심으로 나온다고 해야하나.. 사실 뭐 그 전에도 완전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한 것은 분명 아니었는데, 정확히 어떤 변화인지는 모르겠지만 심적으로나 말투나 이야기를 할 때 .. 분명히 내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낀다. 아.. 부모님께서 이런저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시는 것.. 잔소리로 치부되지 않고 사랑하셔서.. 그래서 하시는 말씀이라는 것도..!! 정말로 그렇게 이해가 된다..

글이 잡스러운데..이런 여러가지 생각 끝에 나온 결론은..?
자식을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안다는 옛말이 정말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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