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제도 깊이보기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전망
경제학하는 아내/시사읽기

 

 

전세제도 깊이보기 -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전망



오늘은 전세제도에 대해서 간단하게 써볼까 한다.

이번에 스터디하는 주제가 전세제도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스스로 내용을 정리하고자하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미리 밝힌다. 


전세제도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상황에서 확산된 주거모델 중 하나이다.

모기지론이 일찍이 자리잡은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금융업계가 가계 대출을 주력으로 할 것을 우려하여 모기지론을 비롯한 가계대출을 최소한으로 하고 산업계를 중심으로 대출을 실시하도록 정책을 펼쳤다. 아마 80년대를 살아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알 것이다. 정부는 가계에게 한푼두푼 아껴야 잘산다며 저축을 유도했고 막대한 자금을 기업 육성하는데 중점적으로 투자했다. 

산업화와 함께 도시로 많은 인구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왔고, 주택의 수요가 커지면서 건축산업이 활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비싼 주택을 구매하기에는 구매력이 부족했던 이들이 많았고, 은행이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실시하지 않자, 개인간의 금융거래 성격이 강한 전세제도가 서서히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전세제도의 기원은 고려시대냐 조선시대냐 등등의 추측만 난무할 뿐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사실은 전세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1975년 전세제도는 전체 주거의 17.5%를 담당하였으나 1995년에는 29.7%로 거의 두배 이상 증가하였다. 



위자료는 Ambrose & Kim이 재정리한 자료이다.

아래자료는 인구주택총조사 2010 자료를 국민은행에서 재정리한 자료로 최근연도의 자료까지 반영하고 있다.

점유형태 비중 변화추이를 살펴보면 전세는 2000년까지 가장 그 비중이 증가하였고

이후 하락세임을 볼 수 있다. 




한편 1986년~2000년 사이에 도심지역의 평균 주택 판매가격은 41% 증가한데 반해 평균 전세 보증금은 171% 증가하였다. 아래는 실제로 전세 보증제도가 이자율과 함께 어떻게 변화하였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프이다. 판매가격의 증감과 전세가격 증감을 자세히 보기 바란다. interest Rate는 실질이자율을 의미한다. 이자율이 감소하면서 전세값은 증가하고 집값은 안정화되고 있음을 관찰할 수 있다. 


전세제도는 전통적으로 임대인이 전세금을 예금이나 국채에 투자했을 때 나오는 이자 및 월세와 동등해지도록 전세금이 결정된다고 이해했다. 이에따라 월세/(전세금-월세보증금) 지율이 전월세 전환율이라 불리며 국채수익률에 비교되어왔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전월세 전환율이 예적금 금리나 국채수익률에 비해 높았기 때문에 이상현상처럼 여겨져왔다. ('12, 배광일)

이러한 의문점을 타파하고자 새로운 시각의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전세제도를 채권 매입 또는 옵션 매입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채권은 일정금액을 주고 구매하면 약속된 기간만큼 이자수입을 얻고 만료되는 기간에 채권의 금액을 모두 돌려받는 계약을 의미한다. 전세제도를 살펴보면 세입자의 입장에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주고 약속된 기간만큼 주거서비스(이자)를 받으며, 만기에는 보증금을 돌려받기 때문에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이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예를들면 깡통전세) 부도위험이 있는 채권이기도 하다.

한편 임차인의 입장에서는 전세금만큼의 풋옵션을 매입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 풋옵션이란, 약속한 기한에 약속된 금액으로 상품을 매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옵션을 의미한다. 예를들어, 전세 계약기간이 2년이라고 하자. 2년이 지났는데 내가 받은 전세금액보다 집값이 떨어졌다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반환하는 대신 파산을 선언할 수 있다. 따라서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이 만료되는 시점에 적어도 전세금만큼은 받고 집을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사는 것과 같다. 

한편, 전세금 반환을 거부할 때는 콜옵션이 추가로 내재되어 있다. 콜옵션이란, 약속한 기한에 약속한 금액으로 상품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데, 여기서는 전세보증금 지급 불능상태에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주택을 생각해볼 수 있다. 풋옵션을 행사한 상황에서 (즉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고 파산을 선언한 상태에서) 법정 관리기간 내에 다시 주택가격이 오른다면, 집주인은 전세금을 반환하고 다시 집에대한 권리를 가질 수도 있다. 이는 집주인이 약속한 기한 (법정관리 기한) 전세금에 자산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러한 전세금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까?

1. 실질이자율이 증가하면 -> 전세금은 하락한다.

   : 세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하다. 실질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인플레이션율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세보증금을 2년 뒤에 받더라도 그 가치가 상당히 감소한다. 어렵다면 실제로 2년 간의 이자를 0%, 100%로 각각 산정해보자. 이자율이 0%라면 보증금 1억원을 2년뒤에 받더라도 1억원이 된다. 그러나 이자율이 극단적으로 100%라면, 1억원은 2년 뒤에 5천만원의 값어치밖에 못 가질 것이다. (물가가 2배 올랐으니까) 따라서 이자율이 높을수록 전세 세입자들은 전세금으로 많은 보증금을 투자하기 꺼려하게된다. 

  : 임차인 입장에서는 실질이자율이 증가할 경우, 보증금을 많이 받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신의 주택 가치 흐름을 2년간 보상받을 수 있게된다. (즉 2년 간 자산이 감가상각되는 금액은 일정하다고 보면, 1억에 0% 이자는 전혀 감가상각되는 금액을 보상해주지 못하겠지만 100% 이자는 1억을 보상해줄테니 더 적은 금액을 받더라도 그 효용을 cover한다)


2.  가격의 변동성이 클수록 -> 전세금은 하락한다.

  : 간단하게 말해서, 집값이 오르락 내리락 하게되면 전세 세입자 입장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을 확률이 적어지니 당연히 적은 금액의 전세금을 보증금으로 낼 것이다. 

  :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집값의 폭이 크기 때문에 다소 적은 금액이더라도 풋옵션을 가짐으로서 안전한 자산보호가 가능하다.


3. 가격상승률이 높을수록 -> 전세금은 하락한다

  : 집주인은 주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주택의 가격상승률이 높은 경우 전세로 자금을 이용하면 미래 기대수익이 높아지므로 다소 적은 보증금에도 전세를 내게된다.


4. 대출의 규모가 클수록 -> 전세금은 하락한다

 : 만약 전세금보다 선순위의 대출이 있다면, 세입자는 대출금만큼의 권리를 포기해야하므로 입주를 꺼리게 된다. 따라서 대출의 규모가 클수록 전세금이 하락하는 것은 당연지사. 


5. 보증금이 증가할수록 임대료/(전세-보증금)이 증가한다. 

여기서 임대료/(전세-보증금)은 전월세전환률에 비례하는 수치이다. 따라서 보증금이 증가할수록 전월세전환률이 증가할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는 이재우, 이창무(2005) 및 지규현, 최창규(2010)의 실증분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을 이재우, 이창무는 임대인의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위험프리미엄 증가에 의한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임차인의 입장에서도 매월 지급해야하는 월세의 크기는 보증금이 많을수록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전세금이 고공행진하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래 그래프를 살펴보면 주택전세가격 증가 추이는 2008년 이후 꾸준히 3~13% 사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전세금 상승은 명시한 조건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면 그 답은 명쾌하게 해결된다. 

최근 금리는 전세가 확산될때의 평균금리 12%보다 한참 낮은 3% 수준이다. 콜금리는 2.5%. 이렇게 낮은 이자율 하에서는 임차인도, 임대인도 더 높은 전세 보증금을 납입할 유인책이 발생한다. 단순히 임차인의 입장에서만 보는 기사들이 많지만, 실제로는 임대인 역시 보증금의 현재가치할인정도가 적어지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보증금으로 묶어두더라도 부담이되지 않는다. 게다가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전세보증금에 대한 대출을 실시하고 있다. 전월세 전환비율보다 낮은 수준의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 그만큼 전세에 대한 임대인의 수요도 적극적이라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최근 아파트의 가격은 하향안정세이다. 임대인들 입장에서 가격의 하향 "안정세" 는 결국 어느정도 2년 뒤에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 보증금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대비 다소 높은 전세비율도 감내한다는 것으로 설명한다.

세번째로 가격상승률이 떨어지고 있다. 집주인은 주택의 미래가치가 다소 감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현재 가치만큼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임대료로 더 많은 수입을 얻을 필요가 생긴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까? Ambrosa & Kim은 이러한 전세제도가 장기에는 사라질 것으로 보았다. 전세제도는 결국 높은 이자율, 자산의 가격상승세, 모기지론을 비롯한 주택 관련 자금 차입의 제약 등을 전제로 확산된 제도인데, 현재 한국은 실질이자율 0에 가까운 상황, 자산가격의 하향안정화, 모기지론을 비롯한 주거 관련 대출상품의 다양화 등 전세제도 유지를 위한 조건들이 상당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을 살펴봐도 매매가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아래는 KDI의 '14년 2/4분기 부동산시장 분석 리포트 요약에서 발췌하였다.  그래프를 보면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비수도권의 경우 70%에 육박하였으며 전국도 65%를 웃돌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수도권 역시 2009년 40% 수준이던 비율이 현재 65%에 이르고 있다. 비 수도권의 전세가격 비율이 더 높은 것은 우리 모형에서 보면 가격의 변동성이 더 낮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경우 가격 상승세가 워낙 컸기 때문에 하향시장에서의 변동성이 더 높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전세 세입자의 입장에서, 채권의 부도위험이 커질수록 전세를 포기하고 월세 또는 매매로 전환할 것임을 예상해볼 수 있다. 문제는 몇퍼센트까지 전세가격 비율이 올라야하는 것이냐인데, 이는 아직 의견이 분분하다. 논문주제로 삼아도 재미있는 주제가 될 것 같다. 다만 얼마나 모형이 설득력을 가질 것이냐가 문제가 되겠지. 


글을 마치기 전에, 예전에 적어뒀던 부동산 관련 글을  소개할까 한다. 링크는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