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식 거부에 대처하는 자세
비공개글/낌지 (~1세)

이유식 거부에 대처하는 자세

 

대체로 이유식을 잘먹어온 아들이 가끔씩 이유식을 거부할 때가 있다.

반그릇도 채 먹지 않았는데 울면서 안먹고 떼쓸때는 어떻게 해야할지 아직도 조금은 난감하다.

여러 육아책에서 이런저런 원칙을 내세우지만 나의 원칙은 간단명료하다.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는 아이가 결정한다. 단, 밥을 다 먹지 않았다면 간식과 추가 우유는 없다'

'엄마는 무엇을 언제 어디서 먹을지만 결정한다'

 

9개월부터 스스로 먹기를 연습중인 아들은 요즘 자기 혼자서 먹겠다고 울때가 많다.

당장 배고픈게 해결되면 스스로 먹고싶은 욕구가 큰 것 같다.

내 원칙은 처음 이유식을 시작할 때 부터 단 한번도 변한 적이 없다.

낌지가 이유식을 처음 시작했을 때도 어떤 날은 10숟갈도 넘게 먹는데, 어떤 날은 두숟갈로 땡. 이러곤 했다.

그러면 나는 기다렸다가 다시 줘보고, 그래도 안먹으면 혼자서 먹을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그래도 먹지않으면 설명을 하고 식탁에서 내려준다.

'낌지야. 밥을 먹기가 싫구나. 너가 식사를 하지 않겠다면 엄마는 너를 식탁에서 내려줄거야.

하지만 그건 식사시간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해. 지금부터 너는 4시간동안 그 어떤것도 먹지 않을거야.'

참고로 아이의 식사시간은 6개월 이후 11개월 현재까지 쭉~~~  7시(우유+이유식)/11시(이유식)/3시(우유)/6시(이유식)/7시(우유) 이다.

이유식량과 우유량이 변할 때는 있지만 식사시간은 변한 적이 없다.

 

물론 그 전에 아이가 배고파 할 때도 있다.

원래 우유 시간은 3시인데 2시부터 보챈다거나.

그래도 나는 절대 간식을 허용하지 않는다. 밥을 다먹지 않았다면.

 

어떤 엄마들은 이렇게 하루이틀 안먹으면 아기가 큰 일이 날까봐 걱정하여 이유식에 있어서 만큼은 원칙 적용을 잘 못하겠다고 말한다.

난 그들의 의견도 존중한다. 아이의 성장도 중요하니까.

다만 나는 아이의 식사습관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먹는 것은 아이와 싸울 일이 아니다.

아이와 싸워야 할 일은 안전에 관한 일. 타인에 관한 일이어야 한다는게 내 원칙이다.

이 원칙은 프랑스 아이처럼이라는 책을 읽고 내가 상당히 공감했던 내용 중 하나다.

 

내 원칙은 분명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지금 낌지는 돌잔치를 2주일 앞두고 있다. 식탁에서 30분-1시간 정도를 견딘다. (집에서는 물론 외식을 할 때도!)

낌지의 식사시간은 20분 내외지만 우리가 낌지 식사 이후에 식사를 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한다면 그냥 식탁에서 함께 있도록 내버려둔다. (울거나 보채지 않을 경우. 밥을 다 먹은 경우로 한정해서)

식사시간에 본인의 이유식을 다 먹었다면, 엄마 아빠의 식사시간에 간식 겸 디저트로 과일이나 과자를 먹는다.

낌지는 이제 식탁에서 울면 엄마가 더이상 식사시간에 참여시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알고있다.

식탁에서 내려가는 순간, 배고파도 엄마가 정한 시간까지 먹을 것은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식탁을 떠나는 순간 본인이 너무 좋아하는 쌀과자도, 사과도, 동결건조 과일과자도 없다는 것을 알고있다.

난 아이가 그 모든 것을 알고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낌지가 지난주부터는 매끼마다 울고 짜증내고 밥을 안먹기 시작했다.

무엇이 이유인지 몰라서 오늘 아침까지는 답답하기만 했다.

물론 그동안도 규칙을 지켰다.

밥을 먹지 않았다면 그 다음 끼니까지는 간식을 주지 않았다.

우유를 주고 부족해하더라도 정해진량 이상의 우유를 주지 않았다.

그런 원칙에도 불구하고 평소와 달리 대체로 밥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믿고 기다려주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분명히 알려주는 것 같다.

내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할 때 쯤, 아들은 그 답을 줬다.

아랫니가 새로 났다.

벌써 이가 6개나 났기때문에 돌 전에 또 이가 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7번째 치아가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오늘 저녁. 낌지는 아기 밥그릇으로 한그릇을 비웠다. 평소보다도 1.5배나 되는 양이다.

밥을 다먹고도 아쉬워서 엄마아빠 저녁식탁에 기웃거리며

어른수저로 한숟가락도 넘는 밥을 더 얻어먹고 동결사과와 딸기까지 먹었다.

그동안 못먹은 끼니를 마치 한꺼번에 먹기라도 하는 듯 했다.

 

이것으로 확실히 느낀 바가 있다.

아이는 자기에게 필요한 양만큼의 에너지를 스스로 섭취한다.

 

이유식 거부는 어떤 이유에서든 온다. 단기적으로 아이의 체중이 늘지않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아들도 요 며칠 몸무게가 오히려 빠졌다.

하지만 삐뽀삐뽀 119 이유식에는 '아이가 2주 간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한다면 문제가 없다' 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2주 간, 별다른 간식과 쥬스, 우유로 배채우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아이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더 섭취한다고 분명히 적혀있다.

아이의 성장이 멈춘듯 보이는 것은 신체적인 성장이 아니라 정신적인 성숙을 위한 것이니 조급할 필요 없다.

 

내 블로그에도 이유식 거부와 관련된 키워드로 많은 엄마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그 엄마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유식 거부에 너무 조급하지 말라고.

아이들은 어차피 본인이 필요한 만큼의 영양소를 알아서 섭취한다.

이유식을 못먹었으니 배가 고플까봐 우유를 더주고, 쥬스를 주고, 간식을 준다면?

아이는 밥을 점점 먹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밥을 먹지 않을 때 더 쉽고 맛있는 것을 주니까 말이다.

 

 

이유식 거부에 대처하는 자세는. 기다리는 것이다.

아이가 잘 먹을 때까지.

대신 이유식이 아닌 다른 것을 주면서 방해하면 안된다.

이유식을 안먹었다고 쥬스나 과일, 과자로 배를 채워준다면

아이는 점점 이유식을 안먹을 것이다.

이유식 거부에는. 아이가 스스로 리듬을 찾을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