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입학에 앞서..
경제학하는 아내/여자의 일기장

대학원 입학에 앞서..


오늘 우연히 이화여대 오욱환 교수님의 '학문을 직업으로 삼으려는 젊은 학자들을 위하여'라는 글을 보았다. 앞서 서울대학교 이준구 교수님이 제자들에게 보내는 글을 보면서도 뭔가 느낀 것이 있었지만 이번글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여러가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학자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가, 나는 무엇을 얻기 위해 학자가 되고자 하는가, 그리고 학자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기해야만 하는가..

내가 전공으로 선택한 경제학. 

경제학자들이나 경제학을 전공한 학생들은 우스갯소리로 '최대한의 노력과 최소한의 산출'을 내는 학문이 경제학이라고 이야기한다. 필수는 아닐 수 있으나 질높은 전공 논문을 읽기위해 수학이라는 언어를 최소한 이해할줄 알아야만 하고 사회학과 연계되니 그 확장분야도 무궁무진하다. 거꾸로 말하면 시간을 아무리 투자해도 겉만도는 느낌을 벗어날 수 없다고 해야하나..? 게다가 학파도 많다보니 이론이 여기저기 왔다갔다하는 감도 있다. 그래서 이준구 교수님께서는 경제학과 학부생들에게 '최소한 다섯번은 경제학 원론을 읽어라' 라고 이야기하셨다. 그정도는 읽어야 경제학의 큰 흐름을 체계적으로 볼 수 있다는 말씀을 하신게다.

나는 무엇을 위하여 경제학을 선택했는가? 사실 수많은 전공 중에 무엇이 가장 좋은지 수없이 고민했다. 가장 고민했던 것은 사회학과 경제학이었던 것 같다. 한때는 도시행정이나 도시공학을 고민해보기도 했었다. 아무래도 경력상 도시행정과 도시공학은 내가 해왔던 많은 일과 연관성이 높고 관련 논문도 많이 읽었기에 왠지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시야를 넓게 보자 전공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내가 관심있는 분야는 겨우 도시행정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이슈가되는 많은 분야가 내 관심사이고 특히 공공분야와 산업분야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이것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전공이 필요했다. 결국 난 학부과정에서 배웠던 경제학에서 그 답을 찾기로 결정했다.

대학원 과정에 들어가기 전에 명심해야 할 것들을 공부와 진로로 구분해보면 이런정도라고 생각된다.

공부에 있어서는 수학이라는 것에 겁먹지 말 것. 중요한 것은 경제적 직관과 논리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 형식에 치우쳐서 그림을 놓치는 미련한 짓을 하지 말 것

진로에 있어서는 경제학자의 삶이 그다지 풍족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늘 잊지 말 것. 박사학위가 좋은 직장을 결코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대학원 과정 중에라도 '나는 정말 공부가 싫다'라는 마음이 든다면 결코 뒤를 돌아보지말고 과감하게 학자가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오늘 글을 읽으면서도 느낀 것은 한가지다. 효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하는 삶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래서 학문을 하는 것이 힘들고 괴롭기만하다면 다른 직업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늘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자로 산다는 것은 게임하는 시간, 친구를 만나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줄여서 책을 읽고-그 안에서 문제의식을 키우고-좋은 논문을 쓰는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다른 직업들 역시 자기희생이 일정수준 요구되지만 학자의 경우 그 정도가 매우 크다. 자율성이 높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스스로 희생하고자하는 의지가 없다면 학자로 사는 것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사실 지난 대학원 준비기간동안 나 스스로는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안되는 수학과 통계학을 잡고서 끙끙거리며 '나는 공부에 소질이 없나?'라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앞으로 내게 그런 고비가 다시금 오게된다면, 중요한건 수학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을 꼭 떠올리라고 말해주고 싶다. 수학은 그저 한글을 배우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반복하고 반복하고 또 반복하면 언어로서 배울 수 있다. 수학을 학문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상에야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언어로서의 수학능력임을 잊지 말아야지!

오늘 글은 여느때와 달리 참 어수선한 느낌이다. 아마 생각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니려나?

대학원 입학 전이지만 앞으로 꼭 지키겠다고 다짐한 내용들을 나열해보며 글을 정리해야겠다. 

1. 석사과정부터 꾸준히 논문을 작성하자. 졸업논문이 첫논문이자 마지막 논문이라면 그건 내가 대학원을 가는 이유와 전혀 맞지 않다. 부족하더라도 학회에(그저 작은 학회라도 좋다!!) 적어도 한두편의 논문을 개제하겠다!

2. 직업을 구하기 위한 공부를 하지 말자! 솔직히 경제학의 경우 어떤 세부전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직업을 구할 수 있냐 없냐의 여부, 직업의 질 정도에 대한 편차가 매우 크다. 그러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가 돈을 좇아 공부를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살다보면 돈에대한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는 순간이 오겠지. 하지만 돈이 우선안이었다면 내겐 더 좋은 선택안이 많았음을 잊지말자. 학자로서 학문을 계속하는 것은 나의 관심사와 공부의 즐거움이 지속될 때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고 공부 분야에 있어 돈을 고려사항에 넣지는 않겠다.

3. 책상과 친해지자. 공부할 때가 아니면 책상에 앉는건 참으로 큰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책상을 멀리하고서 어떻게 좋은 논문이 나오고 생각의 깊이가 생기겠는가. 그러니 아침에 일어나면 별일 없더라도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이겠다.

4. 조급해 하지말자. 조급하면 늘 일을 그르친다. 차분히 하면 된다.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