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에게 차마 서운하다 말하지 못한 이유
경제학하는 아내/여자의 일기장





프롤로그


전혀 싸우지 않는 커플보다는 가끔씩이라도 싸우는 커플이 더 오랫동안 만남을 지속한다는 통계와 이론적인 지식에도 불구하고, 남자친구에게 섭섭했던 일을 차마 말하지 못하고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게되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 늘 대화와 소통을 강조하는 연애블로그를 운영해왔으면서도 정작 본인의 일에는 "어떻게 하지" 만 연발하며 고민에 빠진 셈이죠 ㅎㅎ 실로 우리 커플은 단 한번도 싸워본 적이 없습니다. 평소에 아무래도 표현을 많이 하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한들 전혀 섭섭한 것이 없기는 어렵겠죠. 그런데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는것과 달리 서운한 일은 차마 서운하다고 말하기 쉽지가 않습니다. 서운하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의 변명. 뭐 어쩌면 제 스스로의 변명?^^; 입니다.


노력하는 남자친구를 알기에..



사실 필자의 남자친구는 정말 잘하려고 늘 노력하는 타입입니다. 둘이 함께 연애블로그 글을 고민하는 편이기 때문에 서로 어떤 연애관을 가지고 있는지도 자주 이야기 하는 편이고, 더군다나 왠지 연애블로거라는 책임감에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그건 저 역시도 마찬가지 이지요.

혹시라도 내가 서운하다거나 섭섭하다는 말을 하게되면, 남자친구의 노력들이 마치 의미없는 것으로 여겨질까봐 걱정이 되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늘 고맙다고 표현하고, 잘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왔는데 그래도 섭섭한게 있어. 라고 하는 마음이 왠지 내가 욕심쟁이가 되어 버린 것 같은 괜한 죄책감도 있고 말이죠.

사실 그 사람의 노력이 전혀 쓸모없다거나 그게 내가 원하는게 아니다. 뭐 이런 것이 아니거든요? 말하자면 그 사람이 지금 노력해주는 것도 좋은데, 괜히 내가 짐만 더 얹혀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 것이죠.




그의 자존심을 지켜주고 싶어서.



서운하다는 말을 아무리 애둘러서 말해도 결국은 ' 너가 나와의 관계에서 이런 점은 고쳤으면 좋겠어' 라는 말로 귀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필자는 절대로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는 성격이 아닙니다. 평소에도 그렇고 말이죠. 그럼에도 걱정은 피할 수가 없습니다. ' 혹시라도 이 사람이 나의 의중을 오해 할까봐' 이런 마음에 그의 자존심이 상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몇 번이고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할까~ 말까~ 고민하다가도 괜히 그럴 때마다 ' 그래도 우리 자기가 나한테 잘하는 것들도 얼마나 많은데' 라며 다시 남자친구 자존심 세워주기 모드로 변신. 하면서 이야기 할 타이밍을 스륵~ 하고 놓쳐버리는. 아윽.. 그러다가 또 다시 시간은 흘러가고.. 그런거죠 뭐..







결국 이야기를 꺼내게 된 계기는..




그러다 문득 고민상담이 하나 들어왔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블로그는 커플 블로그이기 때문에 가끔 제 스스로는 잘 이해안되는 남자의 심리가 들어오면 남자친구와 대화를 통해서 배우고 또 서로 그런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곤 하는 편입니다. 그러다가 저의 고민과 비슷한 고민을 가진 상담이 들어온 것이죠. ^^;; 그래서 '어머 이때다.' 싶은 마음에 은근슬쩍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 자기도 잘해~ 이 여자 얼마나 섭섭하겠엉? 나 눈물 글썽거리는거 봐
: 우쭈쭈~ 요즘 말할까 말까 자꾸 망설이더니 말하려던게 이거였구나? 내가 속상하게 했구나~ 미안해~ 잘할께~ 진작 말하징~ 으긍~ 많이 속상했엉?~

어쩜 이렇게 눈치도 빠른지.. 한방에 알아차려버린 남자친구 덕분에 그동안 쌓인 섭섭함이 왈칵 하고 밀려오면서 눈물이 자꾸 글썽글썽. 알겠다며 토닥토닥 해주던 남친은 그동안 얼마나 속상했겠냐며 미안하다며 안아 주더라고요.




에필로그



사실 두 사람이 만나다 보면 아무리 잘 하려고 노력해도 놓치게 되는 것들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상대를 탓하고 마구 투정부리면  당장 내 마음도 편치 못한 경우가 다반사죠. 그래서 필자도 참 소심하게 이야기를 못했습니다. 혹시라도 싸움이 될까봐 걱정되던 부분도 있었고 말이죠. 하지만 남자친구의 반응을 접하고 나서 내가 참 괜한 걱정을 했구나 싶더라고요.. 

이 일이 있고 마지막에 남자친구의 한마디가 머리 속에 맴도네요. " 우리 이제 사이가 좀 더 가까워지고 굳건해진거다?".. 서운함을 이야기하는 것이 꼭 사이가 나빠지는 것은 아니랍니다. 오히려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가끔은 솔직히 털어놓고 이야기해보시면 어떨까요^^? 주말 잘 보내세요~